제목 없음


제목: 내 품에 든 무단투숙객
분류: 산문
이름: 김필연


등록일: 2013-05-11 07:00
조회수: 3342 / 추천수: 688


pompomcat_1_700.jpg (144.8 KB)
pompomcat_2_700.jpg (136.7 KB)



지난해 여름, 말레이시아 사바주(州) 해안에 사는, 바다의 집시라 불리는 바자우족 촬영을 갔을 때 이야기입니다. 북보르네오 셈포로나를 거점으로 해서 배를 타고 몇 개 섬을 다녔는데 이날은 2박 3일 일정으로 제법 떨어진 폼폼아일랜드(Pompom Island)라는 섬으로 갔습니다.

폼폼섬은 거북이가 산란하러 올라온다고 해서 유명해진 곳으로, 우리 일행은 거북이가 알 낳는 장면을 담겠다고 야멸찬 포부로 들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진작업이란 것이 늘 그러하지만 노동 중에서도 중노동이었지요. 밤에는 별 궤적 담느라 선잠 자고, 새벽엔 여명 담느라 낮에 보아둔 풍경을 따라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지요.

빛 쨍한 대낮에는 카메라를 방수케이스에 넣어 물 밑을 찍느라 설쳤으니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에너지가 고갈될 수밖에요. 그중 백미는 한밤중에 '거북이 찾아 삼만리'였습니다. 숙소 외에는 불빛이 없어 손전등을 들고 섬을 헤맸는데 거북이가 놀랄까 봐 손전등 높이를 낮춰 땅 가까이 대고 걸었지요. 그런데 손전등만 이겠어요? 거북이 알 낳는 대박 장면을 담아야 하니 무거운 카메라와 삼각대를 둘러메고요.

아침마다 식당 안이 웅성웅성, 이유는 간밤에 거북이가 나타났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어요. 그러나 사흘 동안 거북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거북이가 밤마다 나타나는 것처럼 섬 관계자들이 방문객의 간에다 바람을 잔뜩 넣었으니,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컸습니다.

위 사진은 폼폼섬 일정을 마치고 샘프로나로 돌아가기 위해 배를 기다리는 사이, 제가 대기 의자에 앉아 잠이 들었는데 새끼 고양이가 제 품으로 들어와 녀석도 잠이 들었습니다. 잠결에 뜨뜻한 느낌을 받았지만 저는 워낙 고단하고 졸려서 눈 뜰 여력조차 없어 계속 잤지요. 그 광경이 재미있었던지 일행 중 한 분이 제 카메라에 이 광경을 담아 놓았네요. 나그네의 품도 가끔 요긴할 때가 있다는.

/金必然












       
바 위   2013-05-12 09:42:10
지구촌
고양이 다
프로 모르면
안 고양이 취급

``` 세월을 말아 올려 대학생 같 감 타고 난 천복요 !
``` 고~ 맙습니다 !!
오경수   2013-05-13 09:50:39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품에 안긴 놈,
고놈 참 기가막힌 자리를 차지했네요^^*

요 사진 한 장이 모든 여행일정을 다 설명해 주는 듯....
김호종 / White Paper   2013-05-17 15:22:49
아마
그 고양이는 다시 태어나도 포근했던 품을 못 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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