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제목: 참 좋은 선물
분류: 산문
이름: 김필연


등록일: 2013-08-20 08:50
조회수: 3383 / 추천수: 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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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ding_2_500.jpg (108.8 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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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이자 막내인 아들아이가 짝을 찾아 떠났다.
예식일 아침, 녀석의 예복을 다림질하면서 숱한 생각이 오갔다.
5년 전 딸아이 보낼 때는 느끼지 못했던 낯선 감정이다.

둘만 남았다는 고립감인가. 내 역할이 여기까지라는
헛헛함인가, 불쑥 이상한 덩어리가 가슴 아래에서 차고 올라
머뭇거리다가 풀썩 주저앉는다.

어쩌면, 많지도 않은 네 식구가 유독 엉기어 살았던
익숙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두 차례 외국 생활을 하면서도
우리 가족은 그저 보자기로 싸맨 듯 뭉쳐 다녔다.

출국 때 아이들이 한국에 남았으면 할 때도
귀국 때 내심 그 나라에 남아 주었으면 할 때도 아이들은
시냇물처럼 졸졸 따라 나서고 따라 들어왔다.

가끔 아니 자주 아이들 앞에서 두덜대기를,
'포육 기간이 이렇게 긴 동물이 어딨어? 얼른 짝 찾아가거라.'
큰 애 작은 애 서른 넘기도록 데리고 있었으니 성가시기도? 해서
팥쥐 엄마 소릴 들으며 다분히 의도적인 불평을 해댔다.

다 자란 새끼를 어미 새가 둥지 바깥으로 매정하게 내치는
자연을 보면서, 또 고등학교만 마치면 자연스레 독립하는
서양 아이들을 보면서 내 불평은 당연하다 여겼다.

그런데 웬걸, 떠나면 한껏 홀가분에다 내 두 날개가 펄럭일 것
같았는데 막상 닥치니 울컥한다.
그래도 곁에 있는 것보다 떠나는 쪽이 백번 낫다를 우물거리며.
두 아이 떠난 자리를 살펴본다. 온갖 기억들이 스쳐 지난다.

함께 했던 흔적 하나하나가 오롯이 기쁨이었고 감사였다.
문득 그 자리에 아이들이 두고 간 선물을 발견한다.
되뇔수록 참 좋은 선물이다.

36년 전 우리 부부가 결혼식을 올렸던 그 자리,
우리 가문 4대를 걸쳐 섬기고 있는 바로 그 예배당에서
딸아이 부부도 아들아이 부부도 인생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

그래, 그것으로 족하다. 내 잔에 감사가 넘친다.
세대를 아울러 축복해 주심에 감사에 감사를 얹는다.

/金必然










       
김수안   2013-08-20 15:42:53
해아래님의 짠한 마음이 그래도 느껴지는 글이예요.
이제 아드님까지 보내셨으니 그 마음이 얼마쯤일지 헤아릴 수가 없어요.
감사로 자녀를 다 보내셨으니 앞으로 감사할 일만 있으시기를...

해아래님 수고하셨어요 ^^
오경수   2013-08-20 20:02:29
아들이 말합니다.

나의 혈관은 어머니입니다.

태어나 가장 먼저 부른
불러만 봐도 큰힘이 되는
평생 들어도 가슴 뛰는
항상 가까이서 손 내밀어 주는
넘어져도 다시 이르켜 세우는
생각만해도 행복해지는

그렇습니다
바로 당신 어머니이십니다
오늘 밤도 당신께서는
분명코 제 머리맡을 다녀가실 겁니다
당신께서는 제 삶의 무지개시니까^^*

우리들의 위대한 어머니들는
'참 좋은 선물'들을 꼭 받으셔야 합니다
김필연   2013-08-20 22:10:16
김수안 작가님, 오 시인님
반갑습니다.
그리고 덕담 고맙습니다. 겪어 보시지요

감성이 남다르신 두분,
어떤 감성을 풀어낼지 기대됩니다...
이호규   2013-08-21 03:07:52
홀가분한 것과 아쉬운 것.
없어 좋은 것과 없어 아쉬운 것.
눈에 안보여 좋은 것과 눈에 안보여 아쉬운 것.
어떤 사람은 앞에 것이, 어떤 사람은 뒤에 것이.

둘로 가늠이 되더라도 점철되는 건 많지는 않더라도 가끔은...
지나간 일들이기에 보고픔이 되고.
그리움이 되어버린 아이들.
아이들은 추억이란 가림 막을 펼쳐놓았지만 헤집고 싶은...

... ...
... ...

먼 곳으로 가신 두 분이 어른거리던 날.
그날은 아이가 떠나는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멀리가신 이후, 두 분이 처음 말씀을 하신 날이었습니다.

"그런 거란다. 새삼스럽던?"
김필연   2013-09-12 09:50:52
ㅎㅎ~ 그런 거란다...
저는 아직도 그런건지 어떤건지 잘 모르겠는걸요.
미처 어른이 되기도 전에 아이들을 보내냈으니
이제부터 어른 될 연습을 해야지요.

호규샘, 대선배시니 때마다 한 수씩 가르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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