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제목: 잡초
분류: 산문
이름: 김필연


등록일: 2012-05-27 21:49
조회수: 3816 / 추천수: 837


goingtogether_600.jpg (93.4 KB)



야생화 특히 작은 풀꽃에 애정을 쏟은 뒤부터 '잡초'라는 단어를
멀리해왔다. 잡스럽다, 잡다한, 잡상스레 에서처럼 잡(雜)자가
들어가면 왠지 변변치 않아서 관심의 대상은커녕 함부로 대해도
상관이 없고 상스럽고 거칠고 천한 느낌이 드는 데다, 그러한 것들을
한꺼번에 뭉뚱그려 비하하는 듯한 표현에 저항감이 들어서였다.

더욱이 '이름 없는 꽃'이나 '이름도 없는 풀'이란 표현을 접할 땐
내 아이 내 친구를 몰라주는 듯 해서 마음이 많이 상했었다.
단지 이름을 모를 뿐이지 어떤 풀꽃도 어엿한 이름을 가지고 있고
쓰임새가 요긴한 들풀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사실 신약의 발견이나
병,의원이 귀한 시절엔 우리 주변의 모든 들풀이 소중한 약재였다.

그런데 잡초의 사전적 의미를 접하고부터는 생각이 다소 바뀌었다.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로 적고 있다.
그렇다. 가꾸지 않아도 봐 주지 않아도, 하물며 사람이라면 도저히
뿌리 내리지 못할 것 같은 조악한 환경에서도 터를 잡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해내는 그들의 삶이 참으로 숭고하지 않은가.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에 비추어 내 삶을 돌아본다.
건기 우기 혹한 폭서를 견뎌내고 예초기에 몸을 잘리고도 다시 살고
어떤 녀석은 낫을 대어도 쉽게 잘리지 않는 강인함으로
꿋꿋하게 살아남아 결실을 보고는 다시 땅보탬 하는 저들의 삶은
곧 내 삶의 숨 쉬는 참고서이고 매 순간 새로이 맞는 스승이다.  


/金必然



       
정용표   2012-05-27 23:30:17
저 같은 사람은 잡초를 보면 발끈하면서 뽑아버리기 바쁠진데
보는(見) 세계에서 자각으로 꿰뚫어보는(觀)의 세계로,
‘잡초’에 대한 의미 깊은 (觀)의 단상을 펼치셨습니다.
마치 꽃송이가 가슴에 내려와 새롭게 피어나는 것 같아서,
저 같이 마음과 눈이 어두운 사람에게 빛이 들어오는 순간입니다.
잡초가 스승으로, 자각으로 꿰뚫어보는(觀)의 세계.
그 의미를 깊이 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우승술   2012-05-28 11:11:20
많이 느끼고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김필연   2012-05-28 20:37:17
그냥
그저 그런 제 생각입니다.

자연이 인간을 괴롭힐 때는
정 선생님처럼 발끈도 해야하고요
발끈 하지 않으려면
잡초를 화초인 양 보며 살아야 하고요.

한정된 공간인 지구에서 삶터를 공유하려면
최소한의 규칙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잡초가 말을 알아 들으면 참 좋겠지요?
풀들아! 우리도 니네들 동네에
눌러 앉아 살지 않을테니
너희도 우리 동네에다 살림차리지 말아다오~

그런데 지네들이 원주민이라고 우기면
할말이 없는데 어쩌죠..^^
오경수   2012-05-29 20:00:58
사람책 한 권을
밑줄 그어가며 봅게 됩니다
사유의 시간은 그래서 늘 필요합니다
고맙습니다
김필연   2012-05-31 12:38:25
위에서 적었듯 그저그런 제 생각의 조각들입니다.
사유가 깊으신 분, 오 선생님의 삶의 깊이로
읽어주신 것 같아서 외려 제가 고맙습니다.
바 위   2012-06-01 01:56:34
쥔 장요
수작 명작
중용 맞아요
그래서 고맙죠

` 고맙습니다 !!
김필연   2012-06-01 10:03:51
저도 늘 고맙습니다. 바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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