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제목: 우리 눈은 그것일 거로 생각하는 걸 본다
분류: 산문
이름: 김필연


등록일: 2019-11-04 15:37
조회수: 218 / 추천수: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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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은 그것일 거로 생각하는 걸 본다
必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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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갑자기 휴대전화의 글씨가 또렷하지 않고 컴퓨터 화면 글씨도 흐릿하게 겹쳐 보였다. 티브이 화면의 자막조차 어른거리기에, 피곤해서 그런가? 혹시 하면서 안경을 닦고 또 닦았지만 흐릿하긴 매 한 가지였다.

안경 맞춘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그새 시력이 더 나빠졌나? 아니면 그거? 설마???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백내장이나 황변 어쩌고 티브이에서 자주 듣던 노화로 오는 안과 쪽 이상이거나 더 심화한 뇌 관련 증세는 아닐까? 불안감이 급습했다.

언젠가는 오리라 하던 것이 지금 왔나 보다, 이게 전조일 지도 몰라... 에까지 추측이 닿으니 구체적 수순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수술해야 한다면 당장은 힘든데 형편이 될 때까지 이 시력으로 어떻게 버티지? 별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궁한 대로 한글 문서는 15 폰트 정도로 키워서 작업한 후에 인쇄는 10 폰트로 줄여서 했다. 웬만해선 병원엘 안 가던 내가 눈에 이상이 온 지 하루 만인 토요일 오전, 안과엘 갔다. 하지만 예약을 안 한 탓에 대기 환자가 많아서 기다리다 월요일에 재내원하려 예약하고 귀가했다.

그날 오후 동영상 강좌엘 갔는데 칠판 옆 모니터의 글씨는 물론 컴 바탕의 메뉴도 잘 안 보여서 감으로 하다가 고음을 내는 통에 수강생들에게 민폐를 끼치기도 하고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서 수업을 멈추고는 멍하니 있기도 했다.

귀갓길에 지하철 노선도도 어른거렸다. 5호선을 탔는데 상일동 쪽으로 갔다가 다시 건너편에서 타고 되돌아와 마천동 방향을 기다리다가, 눈으로 보는 것보다 묻는 것이 더 확실하다 싶어 사람들에게 물어 확인하면서 귀가했다. 그런데,

집에 오니 설상가상으로 남편도 풀이 죽어 있었다. 운동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 내내 도로 표지판이 잘 안 보여 운전이 위험했다는 거다. 순간 가슴에 뭔가 쿵~ 소리내며 떨어졌다. 아, 우리 부부에게 올 게 왔구나! 하긴 세월이 우리에게만 비껴가란 법이 있나. 그런데 왜 그게 동시에 온 걸까? 그저 마주 보고 피식 웃었다. 걱정을 감춘 채.

다음 날 교회에서 예배 시작 전 복도에 있는 거울을 보았는데 그런데, 어이없게도 내가 선글라스를 쓰고 있지 않은가. 이런이런~ 세게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 내가 남편 안경을 쓰고 있었다. 남편의 안경은 편광기능이 있는데 거울에 비친 안경은 미처 변색이 완료되기 전이라 선글라스처럼 어두웠기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래, 안경이 바뀌었구나! 문제는 참으로 간단하고 해답도 가까이 있었는데. 이틀간 남편과 나는 정신적 불안과 육체적 불편을 겪으면서도 그 간단한 사실을 의심도 해 보지 않았다. 머릿속이 단순해 진 건가, 한 방향밖에 못 보는 외골수인가. 둘 다 참 답답한 양반이로고.

문득 데이비드 이글만의 책 ’The Brain’의 내용이 생각났다. 촉각이나 후각과는 달리 시각은 뇌에 있는 기존 정보를 기초로 해서 그것이 무엇일 거로 생각하는 그것을 본다는 ..., 그 이론에 의하면 이런 헤프닝이 정상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위안 삼지만 그래도 마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우리 둘은 나이가 더 들 테고 들수록 그 답답함의 빈도와 강도는 세질 테고 그런 이유로 이 일이 또 다른 노환의 전조인 듯해서 가슴 한쪽이 좀, 아니 많이 허우룩하다.
必然

산과 들에 핀 꽃과 나무들은 절로 자라면서 우리에게 모두 유익합니다. 어떤 것은 미쳐 못 느끼는 호흡으로 또는 영양으로, 생명 에너지로 인간을 지켜주고 있는데 사람들은 단지 모르거나 느끼지 못하고 살아갈 뿐 입니다. 약이 되는 식물들은 사람의 생명을 보호해 주기도 하며 치료해 주거나 연장시켜 주기도 하는 동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약초는 독이 되어 일순간에 생명을 빼앗기도 하지만 독성을 제거하면 신통력을 얻게도 합니다.

한의대 6년 졸업 후에 이러한 연구를 위하여 약초(본초) 외길만을 살아 왔습니다. 어느새 연구한 지가 50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그간에 국내와 전 세계를 다니면서 모아온 사진들이 아까워서 약초 이야기를 전시해 보는데 작품이라고 하기보다는 기록생태 사진들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약초사진전은 국내 처음입니다. 수즙은 마음으로 내보였습니다. 특별히 경희대 한의대 최호영 교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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