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제목: 이웃사촌 현나네
분류: 산문
이름: 김필연


등록일: 2018-07-30 09:44
조회수: 113 / 추천수: 5









이웃사촌 현나네
/金必然


1983년도로 기억한다. 연년생 아이 둘이 당시에 살던 아파트 상가교회에서 운영하는 선교원에 다닐 때인데, 하루는 작은 아이가 선교원에서 돌아와 여자 친구가 있다고 했다. 이름이 현나라고, 80년생인 아들애가 4살 때이니 35년 전의 일이다.

현나는 같은 선교원에 다니는 우리 딸아이의 친구였다. 그러니까 4살배기 남자아이가 5살인 누나 친구를 여자 친구라고 말했는데 요즘 용어로 여사친 쯤으로 해석이 된다. 당시 현나네나 우리나 아이 둘을 같은 선교원에 보내고 있었고 딸아이끼리는 동갑이었다.

인사도 할 겸 아파트 바로 앞 동에 산다는 현나네 집을 찾아갔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남편끼리는 대학 동창이었고 엄마끼리는 고향이 동향인 부산이었다. 나이도 엇비슷한 데다 차진 공통분모 탓에 두 집은 급속히 친해졌다.

가까운 산행이나 소풍, 여름휴가도 함께하면서 어느 집 아이 따지지 않고 같이 키우게 되었는데 현나 동생이 자기 엄마에게 야단맞으면 서럽게 울면서 '선영이 엄마한테 갈거야~', 큰 백인 양 선영이 엄마! 를 부르며 집을 나설 정도였다.

한 아파트에 오래 살다 보니 두 집 아이들이 초중고교가 겹치면서 동창이 되고 현나 결혼식엔 내 남편이 주례를 섰다. 인맥 빵빵한 현나 아빠가 이웃집 아저씨에게 주례를 부탁하다니, 몇 차례 사양하다 결국 주례를 맡았고 현나가 던진 부케는 우리 딸아이가 받았다.

처음 연을 맺은 시기에 코흘리개였던 아이 넷, 별 탈 없이 자라서 비슷한 시기에 시집 장가를 가고 고만고만한 삶을 살고 있다. 손주도 한 집에 3명씩 생겼다. 35년 전에 지금의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지만 두 집 성향이 비슷해서인지 그간 한두 번씩 이사를 했는데 옮긴 곳도 인근 3백 미터 정도 떨어진 길 건너이다.

아이 넷 모두 짝을 찾아 떠난 지금, 현나네나 우리나 인생 여정 중 가장 여유로울 때다. 수시로 만나 저녁도 하고 가까운 양재천을 걷는데 어제도 넷이서 도가니탕 한 그릇씩 비우고 양재천을 걷다가 손전화로 사진을 남겼다. 항상 곁을 맴돌던 아이들이 떠난 자리를 그 무엇도 부럽지 않은 여유가 채우고 있음을 본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두 부부가 얼음과자 하나씩 입에 물고 홀짝거리다가 횡단보도 앞에서 '건강하자!'라며 손 흔들고 헤어졌다. 다가올 10년이, 더 먼 후일이 어떠하든 새삼 돌아보니 현나네는, 참으로 감사한 인연이다. 2018. 07. 10.


*처음으로 옆지기 얼굴을 올리네요^^ 쑥스~~~ 제 오른 쪽의 동상은 철학자 칸트래요~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권한이 없는 회원레벨
번호 분류  글쓴이 제목 등록일 추천 조회
200 포토에세이
 김필연
 11월 2018-10-16 0 19
199 포토에세이
 김필연
 가을 인사  2 2018-09-17 9 105
198 포토에세이
 김필연
 땡볕 마당 2018-08-09 6 110
산문
 김필연
 이웃사촌 현나네 2018-07-30 5 113
196 포토에세이
 김필연
 는데...,  2 2018-07-23 6 113
195 포토에세이
 김필연
 꽃이불  2 2018-07-04 6 123
194 산문
 김필연
 나의 애서(愛書)  2 2018-06-04 33 243
193 포토에세이
 김필연
 귀를 열어 놓다  2 2018-05-19 25 202
192 포토에세이
 김필연
 흉흉한 세상 2018-04-18 32 229
191 포토에세이
 김필연
 풋봄 냄새  2 2018-03-17 66 326
190 포토에세이
 김필연
 어쩔거나  3 2018-02-22 68 331
189 산문
 김필연
 한파는 동물에게 더 혹독하다  3 2018-01-29 81 421
188 포토에세이
 김필연
 자연의 신호  3 2018-01-16 73 403
187 포토에세이
 김필연
 네 잎 클로버  2 2017-11-23 73 449
186 포토에세이
 김필연
 콩들의 삶 2017-10-29 115 554
185 포토에세이
 김필연
 단풍잎 2017-10-20 103 555
184 포토에세이
 김필연
 구월의 눈빛  2 2017-08-18 116 631
183
 김필연
 꽃별이 바람에 흩날리니 - 416, 4주기 추모 詩 2018-04-16 27 231
182 포토에세이
 김필연
 못 생긴 나무  2 2017-06-16 111 1985
181 포토에세이
 김필연
 가장 곧은 것  2 2017-05-11 118 759
    
1   2   3   4   5   6   7   8   9   10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DQ'Style 
:::김필연 시인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