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제목: 콩마당에서
분류: 산문
이름: 김필연


등록일: 2014-10-25 10:29
조회수: 2324 / 추천수: 308


_PY_2001_600.jpg (362.7 KB)



가을 색 짙게 깔린 시골 들녘, 더러 추수를 끝내기도 했지만 아직 낫을 기다리는 수천수만의 벼 이삭이 정오 해를 받아 황금색으로 반짝인다. 운전 중에 눈에 들어오는 풍경마다 탄성을 지르다 보니 심방 박동은 빨라지고 상대적으로 차 속도는 느려져,

뒤따라 오는 차가 있나 뒷거울을 보며 서행에 서행을 거듭하던 중 키 작은 감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주먹만 한 감들을 주렁지게 매단 모습이 찰나에 뇌리에 박혔는데, 그 잔영이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지기는커녕 코앞에서 어른대며 줄곧 따라온다.

이길 재간이 있는가. 결국, 차 머리를 돌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갈등했던 그 시간만큼 한참을 달려서 감나무를 찾았고 곡물창고인 듯한 입구에 주차했다. 집 안으로 들어서는데 감나무 앞쪽에 대파와 남새 거리를 심은 텃밭이 낮은 자세로 앉아서 나그네를 반겨준다.

발이 있어 달아나지도 않을 감나무이건만 걸음 소리를 죽이며 다가서는 순간, 앞마당을 가득 채운 콩멍석이 감나무보다 먼저 내 눈을 잡아끈다. 아! 이 얼마나 정어린 그림인가. 꼭 울 엄마 몸집만 한 어르신이 멍석 한 곁에 앉아 벌레 먹은 콩을 고르고 있었다.

'올핸 가물어서 그랬는지 벌레가 콩을 많이 먹었네...' 어르신이 먼저 곁을 준다. 내 눈에도 더러 벌레 먹은 콩이 보이기에 잠시 손을 거들다가 '감나무에 감이 많이 열렸어요!'라며 슬몃 어조룰 높이니, 감나무를 살피면 익은 것이 있을 터이니 따서 먹어보라 한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벌써 눈으로 맛나게 먹은 걸요.' 저 감들은 나무에 매달린 채로 바라보는 게 더 맛나지 않겠느냐고 힘주어 답했다. 내심 콩 고르는 어르신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 적절한 기회를 엿보던 터라 감 맛은 안중에도 없었으므로 잘난 척을 한 격이 되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서로 간에 낯섦이 허물어질 즈음 나는 슬슬 흑심을 드러내어, '저..., 어르신, 사진 좀 담아도 될까요?' 표정을 살피며 부탁을 했는데 즉답을 하지 않는다. 대신 고운 미소를 지어 보이기에 허락한 걸로 알고 콩 고르는 모습을 몇 컷 담았다.

한여름 땡볕을 견딘 콩들이 땡글한 낯빛으로 너른 마당을 채우고 축복처럼 쏟아져 내리는 가을볕, 그 가을볕을 손등에 얹고 쓰다듬듯 찬찬히 콩을 고르는 마디 굵은 어르신의 손길이 올진 가을볕만큼이나 따스웠다. 여느 해처럼 올가을도 참 곱고 예쁘다. /金必然 
우리 모두의 어머니   /金必然


  
  





[전시 안내] 2018경기 천년 기념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 이산을 넘어'


Korean Diaspora - Beyond Dispersion




안산시에 위치한 경기도미술관에서 현재 전시 중인 전시를 소개합니다. 아시아 5개국 25명 이산 작가들 작품 110여 점을 전시하는 대형전시인데 특히
참여작가 중 일본에서 활동하는 이경조 작가는 우리 인디카 자문위원이신 난곡 이경서 선생님의 친형이십니다.


기간 2018년 9월 20일(목) ~ 11월 25일(일)

장소 경기도미술관 기획전시실

주최/주관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

후원 경기관광공사, 한국이민사박물관, ㈜삼화페인트, 아트인컬처, 네오룩

전시 작품 회화 및 영상 114점, 전시관련 도서 및 영상자료 등




참여 작가

중국 일본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동포 작가 25인

【중 국】(7) 유흥준, 권오송, 리승룡, 김승, 황철웅, 황윤승, 최길송

【일 본】(8) 이경조, 김석출, 박일남, 홍성익, 리용훈, 김영숙, 리정옥, 정리애

【러시아】(2) 주명수, 조성용

【우즈베키스탄】(4) 강 흐리스토포르, 림 라나, 김 블라디미르, 리 옐레나

【카자흐스탄】(4) 문 빅토르, 리 게오르기, 조 옐레나, 김 예브게니







경기도미술관은 9월 20일부터 11월 25일까지 특별기획전 《코리안 디아스포라, 이산을 넘어 Korean Diaspora – Beyond Dispersion》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경기(京畿)’라는 이름이 정해진지 1천년이 된 것을 기념하여, 경기문화재단과 경기도미술관이 주최/주관하는 전시 중 하나이다. 이번 특별전에는 중국․일본․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아시아 지역 5개국에 거주하는 재외한인 동포 작가 25인이 참여한다. ‘코리안 디아스포라(Korean Diaspora)’는 한민족의 혈통을 가진 사람들이 모국을 떠나 세계 여러 지역으로 이주하여 살아가는 한민족 ‘이산(離散)’을 의미한다. 19세기 중엽부터 만주와 연해주로 떠나면서 시작한 코리안 디아스포라, 즉 재외한인의 이산으로 전 세계 재외동포사회는 오늘날 743만 명 규모로 성장하였다. 한민족은 조선 말기에는 하와이와 멕시코에 사탕수수 노동자로, 일제 강점기에는 만주와 일본에 농민․노동자․징용군으로, 1960년대에 이후 근대화 시기에는 중남미․북미․유럽․호주 등지에 노동자․이민자․유학생으로 퍼져나갔다. 오늘날 이들과 그 후손은 초기 정착의 역경을 극복하고 현지 사회에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고 있다.


전시는 ‘제1부: 기억(記憶)_이산의 역사, 제2부: 근원(根源)_뿌리와 정체성, 제3부: 정착(定着)_또 하나의 고향, 제4부: 연결(連結)_이산과 분단을 넘어’ 등 네 부분으로 구성하였다. 이산의 역사를 기억하고,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찾는 작품, 그리고 또 다른 고향에 적응하고 정착하며 그린 그림들, 거주 국가는 달라도 조국의 분단을 아파하고 통일을 바라는 작품을 보면 하나로 연결된 한민족의 정서를 공감하게 된다.(이하 후략)



*

기타 학술포럼과 전시관련 상세 내용은경기도미술관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gmoma.ggcf.kr/archives/exhibit/korean-diaspora?term=4858

  
       
오경수   2014-10-26 22:15:52
동글 동글~
가을볕 콩마당을
거북등 어머니 손길이 지나간다

그 손길 따라
콩들이 서로 얼굴 부벼대며
깔깔깔 웃는다^^

넓은 앞마당이
순식간에
온통 웃음밭이다

이리 휘적~ 저리 휘적~
콩굴리기 어머니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진다^^

* 이 사진 한 장이 이리 감흥을 줍니다. 샘, 책임 지시지요^^
김필연   2014-10-27 09:38:01
꽁뜨 한편 읽고
명시 한편 얻으셨네요.
이래서
서로 건들고 지분거리고 집적대면서
잠자고 있는 세포들을 깨우는 일,
함께 해야지요.
고맙습니다.
앙코르/이송영   2014-11-11 10:47:52
멋지시네요...^^*
김필연   2014-11-21 23:42:48
무어가 멋지다는지 잘 모르겠지만
저 할머니 아니면 이 할머니이므로 일단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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